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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문자를 받고.. "엄마 나 폰고장나서 센터에 맡겼어 통화가안되니까 문자확인하면 문자줘" 라는 문자가 왔다. 이런 문자를 얼마 전에도 받았는데 저장을 안 해놔서 같은 전화번호 인지는 모르겠다. 처음엔 정말 우리 아이인줄 알고 뭔일인가 싶어 가슴이 철렁해서 전화를 하고 연락을 시도했는데 그 과정에서 뭔가 심상치않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또 이런 문자가 왔다. 요즘 보이스피싱 수법인가 보다. 나와 비슷한 문자를 받았던 한 지인은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를 한다고 했었는데 그 과정이나 결과가 어땠는지 물어봐야 겠다. 이런 글을 써서 문자로 보내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다들 사정이 있고 사연이 있겠지만 다른 사람을 속여서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모르겠다. 문득 궁금해진다. 이 사람의 국적..
햄스터를 떠나보내며 아이가 신이 나서 초인종 대신 문을 두드리며 엄마를 불러댄다. 엄마는 깜짝 놀라서 개던 빨래를 내던지듯 일어나 아이에게 문을 열어준다. 아이는 엄마가 채 문을 열기도 전에 작은 상자를 들이민다. 아이의 볼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이게 뭐야?" 엄마는 상자에 든 햄스터를 보며 아이에게 묻는다. 아이는 또래들과 키는 엇비슷하지만 조금 마른 체형이다. 피부가 뽀얀 아이는 옆으로 가늘게 긴 눈에 늘 미소가 꽃처럼 피어있다. 아이는 햄스터가 아주 사랑스럽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엄마, 학교 앞에서 어떤 형아가 줬어. 그 형이 햄스터 가질 거냐고 해서 내가 얼른 갖겠다고 대답했더니 나한테 두 마리를 줬어. 근데 친구도 갖고 싶어 해서 한 마리는 걔 줬어!" 들떠서 얘..
식탁, 그 좁고도 넓은 공간.. 통원목 좌식 테이블을 누굴 주자니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없고, 버리자니 너무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통원목이 주는 나무 본연의 자연스러움과 소박함과 묵직함이 마치 묵뚝뚝하지만 거짓없는 사람 같아 고민끝에 검은색 쇠다리를 해줘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원래의 짧고 두툼한 다리를 떼고 사다리꼴의 주물로 만든 쇠다리를 부착했더니 뭔가 빈티지한게 그럴싸해보였다. 20여년간 썼던 식탁을 거실 한쪽으로 빼고, 원래 식탁 자리에 갖다 놓으니 그동안 사용했던 통원목 상판인지라 패이고, 갈라지고, 상처난 부분들이 한 두군데가 아님에도 검은 쇠다리의 시크함때문인지 오히려 정감이 가고 우리의 낡은 집과도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게 여간 이쁘지 않았다. 아이들 아빠 말대로 대패질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서랍정리를 하며 폭이 좁은 오단 서랍장, 그중에 맨 위칸 한 칸을 정리했다. 너무 욕심을 내서 많은걸 정리하고 치우려고 하면 그날 밤을 새워도 다 못 치운다는 것을 여러 번의 체험으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목표는 단 한 칸으로 정했다. 얼마 전에도 그랬다. 겨울옷 집어넣으면서 봄옷도 꺼낼 겸 이참에 옷 정리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리 전문가들 말대로 옷들을 다 꺼냈다가 아침부터 시작한 일이 점심을 지나 오후가 되도록 끝은 안 보이고 점심도 굶었는데 기운은 달리고.. 잠깐 쉬었다가 해야지 했던 것이 남편이 퇴근해서 깨울 때에야 비로소 눈을 뜰 수 있었다. 옷이라는 게 정말 장안에 들어가 있고, 옷걸이에 걸려있어서 모를 뿐이지 방바닥에 꺼내 놓으면 옷이 무덤도 그냥 무덤이 아니라 왕릉을 몇 개씩 만들어 낸다...
계좌를 해지하다가 잠깐이지만 다녔던 직장을 퇴사하고 나니 약간의 퇴직금이 생겼다. irp계좌는 이미 만들어 놓은 지 오래되었고, 이 계좌로 들어온 퇴직금을 수령하러 은행에 갔더니 기본 세액을 적용, 생각보다 많은 세금이 좀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계좌를 해지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당장 퇴직금을 찾기보다 추가로 납입을 하고, 후에 연금으로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계좌를 해지하려던 걸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인터넷도 검색하고 유튜브도 확인하고 은행보다는 증권사가 퇴직금을 굴리기에 좋다는 결론을 내리고, 모 증권사의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고자 했으나 여러 가지로 막히는 부분이 많아 직접 증권사를 찾았지만 여러 제약이 있고, 무엇보다 상담하시는 분이 전문성이 떨어져 자꾸 물어보기도 서로 민망한 상황이 되어 ..
두 아이, 두 엄마 이야기 각각 아이를 둔 엄마 둘과 만났다. 만나서 차를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나 그렇듯 엄마들의 이야기는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를 거쳐 결국 자녀들 이야기로 귀결된다. 한 엄마가 말했다. 이번에 자기 아들이 ㅇㅇ공사에 취업을 하고, 머지않아 학교 교사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사돈 될 집안이 너무 좋아 자기네가 꿇린다며 푸념처럼 자랑을 한다. 아들과 며느리 될 아이는 서로 결혼을 하면 집은 어떻게 구하고, 돈은 어떻게 모으고, 아이는 몇 명을 갖고, 육아는 누가 무엇을 담당하기로 벌써 얘기를 끝냈다면서 요즘 아이들은 어쩌면 그렇게 똑똑하고 통통 튀게 사는지 부럽다는 말로 자랑에 쐐기를 박는다. 다른 한 엄마가 생각한다. 그의 아들은 대학을 가자마자 바로 군대를 갔다 막 전역을 했..
호기심이 많은 아이 일곱살 난 아이가 있다. 아이에겐 저보다 세 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아빠는 일로 바쁘고 엄마는 육아에 집안일에 늘 지쳐있다. 밤낮이 바뀌고 삼시 세끼를 집에서 먹어야 하는 일을 업으로 가진 아빠와 아직 어린 자녀들 때문에 일을 갖지는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아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엄마. 요즘 같으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했을 터지만 그때는 사회분위기가 그렇지 못했다. 아이는 그래도 그 때가 마음이 가벼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다음 해 엄마가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동생은 언제나 아이의 몫이었으니까. 동생을 무척 아끼고 이뻐했지만 동생의 보호자가 되는 건 초등학교 1학년짜리에겐 분명 버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일곱 살 어느 초여름 날 오후, 따사로운 햇살은 책을 읽는 아이의 이마를 밝게 비추..
자신이 보석인 줄 모르는 아이 그때 그 아이는 고삼이었다. 그 아이의 부모는 공무원도 ,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도 아니었고 자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식당처럼 소문만 나면 어느 순간 손님이 줄을 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업종도 아니었다. 지방의 24평 임대아파트에 살기 시작해 분양을 받아 눌러앉아 십수 년째 살고 있는 주공아파트는 그들이 가진 재산의 전부였다. 대학 진학을 위해 아이는 모든 걸 혼자 준비해야 했다. 그 흔한 학원도 초등학교 때 잠깐 다녔던 피아노 학원이 전부였고, 대학입시를 위해 고삼이 되어서 잠깐 영어 과외를 더 받았을 뿐이었다. 고작 몇 개월의 영어 사교육은 아이가 대학을 입학하는데 그다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