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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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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를 떠나보내며 아이가 신이 나서 초인종 대신 문을 두드리며 엄마를 불러댄다. 엄마는 깜짝 놀라서 개던 빨래를 내던지듯 일어나 아이에게 문을 열어준다. 아이는 엄마가 채 문을 열기도 전에 작은 상자를 들이민다. 아이의 볼은 빨갛게 상기되어 있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다. "이게 뭐야?" 엄마는 상자에 든 햄스터를 보며 아이에게 묻는다. 아이는 또래들과 키는 엇비슷하지만 조금 마른 체형이다. 피부가 뽀얀 아이는 옆으로 가늘게 긴 눈에 늘 미소가 꽃처럼 피어있다. 아이는 햄스터가 아주 사랑스럽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엄마, 학교 앞에서 어떤 형아가 줬어. 그 형이 햄스터 가질 거냐고 해서 내가 얼른 갖겠다고 대답했더니 나한테 두 마리를 줬어. 근데 친구도 갖고 싶어 해서 한 마리는 걔 줬어!" 들떠서 얘..
호기심이 많은 아이 일곱살 난 아이가 있다. 아이에겐 저보다 세 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아빠는 일로 바쁘고 엄마는 육아에 집안일에 늘 지쳐있다. 밤낮이 바뀌고 삼시 세끼를 집에서 먹어야 하는 일을 업으로 가진 아빠와 아직 어린 자녀들 때문에 일을 갖지는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 아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엄마. 요즘 같으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했을 터지만 그때는 사회분위기가 그렇지 못했다. 아이는 그래도 그 때가 마음이 가벼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다음 해 엄마가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동생은 언제나 아이의 몫이었으니까. 동생을 무척 아끼고 이뻐했지만 동생의 보호자가 되는 건 초등학교 1학년짜리에겐 분명 버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일곱 살 어느 초여름 날 오후, 따사로운 햇살은 책을 읽는 아이의 이마를 밝게 비추..
자신이 보석인 줄 모르는 아이 그때 그 아이는 고삼이었다. 그 아이의 부모는 공무원도 ,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월급쟁이도 아니었고 자영업을 하고 있었지만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식당처럼 소문만 나면 어느 순간 손님이 줄을 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가능성을 꿈꿀 수 있는 업종도 아니었다. 지방의 24평 임대아파트에 살기 시작해 분양을 받아 눌러앉아 십수 년째 살고 있는 주공아파트는 그들이 가진 재산의 전부였다. 대학 진학을 위해 아이는 모든 걸 혼자 준비해야 했다. 그 흔한 학원도 초등학교 때 잠깐 다녔던 피아노 학원이 전부였고, 대학입시를 위해 고삼이 되어서 잠깐 영어 과외를 더 받았을 뿐이었다. 고작 몇 개월의 영어 사교육은 아이가 대학을 입학하는데 그다지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