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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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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과 함께 걷는 밤 열기를 숨긴 바람이 분다. 언뜻 시원하고 언뜻 덥게 느껴진다.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아 머리가 무겁다. 어쩌면 움직임이 적어 머리가 무거운 것일 수도 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난 후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눌러봐도 딱히 구미가 당기는 프로그램이 없다. 밖에 내놓으려고 현관에 정리해 둔 재활용품을 담은 바구니가 눈에 들어온다. 음식물 쓰레기도 수거함에 버려야 하는데.. 귀찮지만 주섬주섬 챙겨 나간다. 하루라도 재활용품이 발생되지 않는 날이 없다. 물도 끓여먹고, 음료수나 과자 등은 거의 사지 않는데도 과일이나 두부를 담은 플라스틱과 고기를 담은 납작한 사각 접시 모양의 스티로품, 콩나물이나 시금치 같은 채소를 담은 비닐봉지 등이 서로 번갈아가며 하루가 멀다 하고 배출되니 걱정이 이만저만..
한밤중 울음소리에 한밤 중 식탁에서 뒤적뒤적 핸드폰을 가지고 심심함을 달래고 있는데 묘한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이런소리가 나지? 이상하긴 했지만 그닥 큰소리도 아니고, 무슨 소린지도 모르겠어서 무시하고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소리가 더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방에서 나는 소린가 싶어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집안에서 나는 소리는 아닌것 같아 주방에서 베란다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나가 보니 베란다 창문 밖에서 나는 소리임이 틀림 없었다. 베란다 창문을 가만히 열자 생각보다 훨씬 큰 울음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은 오층이고, 우리 아파트의 맨 끝에 위치한 동이다. 우리 아파트 동 뒤에는 벤치들이 놓여있고, 비를 맞지 않게 정자모양의 천막이 기둥을 의지해 하얀색 뾰족 지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나무들이 있는..
어쩌다 마주친 고양이 고양이 한마리가 쓰레기 봉투에 코를 박고 헤집다가 문득 움츠리듯 멈춘 자세로 쏘아본다. 여차하면 도망이라도 가야겠거니 판단하려 함일터인데 나는 고양이가 나를 공격할까 움츠려든다. 아무렇지 않은척 고양이 너한테는 아무 관심도 없어. 그러니 너 하던거 계속 해. 나도 가던길 갈게.. 주문을 걸듯 언뜻 마주쳤던 눈길조차 부딪친적 없었던듯 걷던 속도, 방향, 자세까지도 그대로 유지하려 애쓰며 걷는건 혹 녀석이 내 두려움과 경계심을 알아차려 나를 깐이 보고 시비라도 걸어올까봐서다. 해코지할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늘 고양이가 무섭다. tv에 나오는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좋아하면서도 반려묘 관련 프로 시청은 무리다. 검은 고양이는 검어서 무섭고, 얼룩 고양이는 얼룩져서 무섭고, 큰 고양이는 커서, 날렵한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