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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글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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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참으로 비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사람에 상처 받고 흔들리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상처에 움츠러들고 그 상처 안에 웅크리고 앉아 화내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사람이 없고, 여전히 그런 상태로 스스로를 망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보기엔 평온해 보여도 실제 그 깊숙한 곳은 용암처럼 들끓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에게 사람은 얼마나 소중하고 모든 것을 걸고 싶은 존재인가. 만남은 헤어짐이 되고, 헤어짐은 상처를 남긴다. 상처가 남을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부나비가 불을 보고 달려들 듯 그렇게 관계에 집착한다. 그게 사람이다. 그런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니... 생각해보니 오랫동안 함께 했다고 그 사람이 온전히 나의 동료고, 친구고, 가족인 것도 아니다. 헌신적으로 만..
삶과 죽음의 길이 예 있으매 두려워... 학창 시절 교과서를 받으면 집에 오자마자 훑어보곤 했었다-국어책만^^. 그때도 잘 사는 집들은 책도 많고, 잡지책도 다달이 사서 보고 책꽂이에 꽂아놓았지만 우리 집은 그다지 여유가 없었다. 부모님은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교육이나 문화 같은 거에 신경 쓰실 여력도 없었거니와 나 또한 그런 걸 요구할 만큼 철이 없지도 않았던 듯하다. 그러다 보니 읽을거리, 볼거리 등이 마땅치 않은 나는 국어 교과서를 받는 날이면 마치 소설책이라도 되느냥 신이 나서 읽곤 했었다. 국어책을 쭉쭉 넘겨가며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부터 하나하나 읽어가다 마지막에야 앞으로 가서 시를 읽어보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 '제망매가'를 읽고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한창 사춘기여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마구 마음과 머릿속을 ..
살아서는 한가한 날...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한동안 내가 방문 앞에 혹은 화장실 문 안쪽에 붙여놓고 읽었던 글귀(시)를 적은 종이를 발견했다. 하얀 표지 위에 담담히 적어간 글씨체가 아주 정겹다. 하얀 종이가 변색될세라 물이라도 튈세라 비닐에 넣어 두었던 그때 그대로다. 나는 어째서 이 오래된 글귀를 적은 종이를 버리지 못했을까. 이 글귀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고, 이 글의 어떤 점이 내 마음을 강하게 붙잡았길레 다른 글귀가 방문과 화장실 문을 점령한 뒤에도 나는 이 글귀를 간직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까. 누군가 혹 이 글귀를 보고 나와 같이 어딘가에 이 글귀를 적어두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이 바로 내 마음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적어 본다. 살아서는 한가한 날 결코 없으리 죽어야만 시를 짓지 않을테니까 당나라 시인 맹교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