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를 정리하다가 한동안 내가 방문 앞에 혹은 화장실 문 안쪽에 붙여놓고 읽었던 글귀(시)를 적은 종이를 발견했다. 하얀 표지 위에 담담히 적어간 글씨체가 아주 정겹다. 하얀 종이가 변색될세라 물이라도 튈세라 비닐에 넣어 두었던 그때 그대로다.
나는 어째서 이 오래된 글귀를 적은 종이를 버리지 못했을까. 이 글귀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고, 이 글의 어떤 점이 내 마음을 강하게 붙잡았길레 다른 글귀가 방문과 화장실 문을 점령한 뒤에도 나는 이 글귀를 간직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까.
누군가 혹 이 글귀를 보고 나와 같이 어딘가에 이 글귀를 적어두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이 바로 내 마음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적어 본다.
살아서는 한가한 날 결코 없으리 죽어야만 시를 짓지 않을테니까
당나라 시인 맹교의 시다. 맹교는 늦은 나이에 관직을 얻어 말직과 한직을 전전하면서도 일보다는 시를 짓는데 몰두했다고 한다. 시상이 떠오르면 그에 꼭 맞는 글귀를 찾기 위해 며칠씩 고민하였다고 전해지는 맹교의 모습이 이 시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느낌이다. 그가 실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베짱이처럼 보이는 개미가 떠오르고,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떠오르는게 어쩐지 좀 외로운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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