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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글귀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참으로 비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사람에 상처 받고 흔들리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상처에 움츠러들고 그 상처 안에 웅크리고 앉아 화내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사람이 없고, 여전히 그런 상태로 스스로를 망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보기엔 평온해 보여도 실제 그 깊숙한 곳은 용암처럼 들끓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에게 사람은 얼마나 소중하고 모든 것을 걸고 싶은 존재인가. 만남은 헤어짐이 되고, 헤어짐은 상처를 남긴다. 상처가 남을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부나비가 불을 보고 달려들 듯 그렇게 관계에 집착한다. 그게 사람이다. 그런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니...

생각해보니 오랫동안 함께 했다고 그 사람이 온전히 나의 동료고, 친구고, 가족인 것도 아니다. 헌신적으로 만들어 온 관계가 그 헌신적임으로 인해 무너지기도 한다.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얻었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라고 한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얼마나 둔하고, 어리석고, 소모적이며, 예의 없는 관계조차도 끊어내지 못하는가. 독립과 자유가 함께하는 현명한 동반자가 아니라면 단언컨대 용기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살 수 없음은 또 얼마나 자명한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렵히지 않은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모든 살아 있는 것에게 폭력을 쓰지 말고,
살아 있는 어느 것도 괴롭히지 말며,
자녀를 갖고자 하지도 말라. 하물며 친구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
사랑으로부터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친구를 좋아한 나머지 마음이 얽매이게 되면
본래의 뜻을 잃는다.
가까이 사귀면 그리 될 것을 미리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집착은 마치
가지가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엉켜 있는 것과 같다.
죽순이 다른 것에 달라붙지 않도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묶여 있지 않는 사슴이
숲 속에서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동행이 있으면 쉬거나 가거나 섰거나
여행하는 데도 간섭을 받게 된다.
남들이 원치 않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동행이 있으면 유화와 환락이 따른다.
그들에 대한 애정은 깊어만 간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괴롭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얻었다면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리니,
기쁜 마음으로 생각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의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얻지 못했다면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는 친구를 얻는 행복을 바란다.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대등한 친구는 가까이 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친구를 만나지 못할 때는 허물을 짓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금세공이 잘 만들어 낸 두 개의 황금 팔찌가
한 팔에서 서로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한편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마음을 산산이 흩트려 놓는다.
욕망의 대상에는 이러한 근심 걱정이 있는 것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