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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두 아이, 두 엄마 이야기

각각 아이를 둔 엄마 둘과 만났다. 만나서 차를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제나 그렇듯 엄마들의 이야기는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를 거쳐 결국 자녀들 이야기로 귀결된다.

한 엄마가 말했다. 이번에 자기 아들이 ㅇㅇ공사에 취업을 하고, 머지않아 학교 교사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사돈 될 집안이 너무 좋아 자기네가  꿇린다며 푸념처럼 자랑을 한다. 아들과 며느리 될 아이는 서로 결혼을 하면 집은 어떻게 구하고, 돈은 어떻게 모으고, 아이는 몇 명을 갖고, 육아는 누가 무엇을 담당하기로 벌써 얘기를 끝냈다면서 요즘 아이들은 어쩌면 그렇게 똑똑하고 통통 튀게 사는지 부럽다는 말로 자랑에 쐐기를 박는다.

다른 한 엄마가 생각한다. 그의 아들은 대학을 가자마자  바로 군대를 갔다 막 전역을 했고, 학교는 다니고 싶지않다며  그만두었다. 매일 제 방에서 게임만 하는 것 같은데 엄마한테는 걱정 말라고, 자신이 알아서 한다고 말로만 할 뿐 딱히 뭘 준비하는 것 같지도 않으니 자랑할 것도 없고 그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 됐네, 좋겠다 등등의 추임새를 넣어줄 뿐 별 감흥은 없어보인다.

두 엄마의 상황에 웃음이 났다. 자랑하고 싶어 하는 엄마와 자랑할 것은 없고 걱정이 가득한 엄마. 아마 둘은 다시는 만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랑하고 싶어하는 엄마는 자랑하고 싶어서 더 만나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만 자랑할 게 없는 엄마는 괜히 집에 가서 아들을 괴롭힐(?) 지도 모르고, 그저 시간만 낭비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의 입장에서 보면 자랑하는 엄마는 별로 자랑할 만한 것이 없어 보인다. 통통 튀는 재밌는 삶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그닥 그래보이지 않는다. 다만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갔고, 계획이 확실하니 앞날이 고생스럽지는 않을 것 같은 그냥 뻔해 보이는 삶이 그려질 뿐이다.  엄마들의 입장에서 보면 직장 탄탄하고, 돈 잘 벌고, 안정적인 삶이 최고로 여겨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없이 사는 삶이 자본주의 삶에서 얼마나 구차하고, 힘겨운지  겪어보았든 옆에서 보았든 이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지 않았는가. 고만고만한 삶이 얼마나 권태로운지. 남들 다가는 길을 가지 않은 아들을 둔 엄마에게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눈에 보이는 길에 들어선 사람의 삶보다 그 길을 벗어난 사람의 삶이 훨씬 더 궁금하고, 기대되고,  더 응원하고 싶어 진다. 이렇게 말하면 나 또한 철이 없어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더 힘들고, 더 돌아가고, 더 좌절하고, 더 낙담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길 모퉁이를 돌아설 때 전혀 예상 못한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어느 날 "나는 좋은 직장에서 걱정 없이 안락하게 살다가 자녀들에게 재산 많이 물려주고 가기에 행복하다"라고 말하기보다 "나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해서 사서 고생을 했고, 무진장 힘들었지만 열심히 살았기에 후회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멋져 보이지 않는가. 자녀를 향하는 마음 충분히 알지만 걱정하기보다 기대와 궁금증과 가능성을 믿고 기다려줄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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