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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게 살고 싶은 날..^^

내가 사지 않는 물건 5가지 -두 번째 이야기

언제부턴가 내가 사지 않는 물건 5가지로 헤어린스, 바디클렌저, 섬유유연제, 변기 클리너 그리고 물티슈를 소개했었다. 그런데 이 것 말고 내가 더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친구에게 혹시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치약을 사지 않는다는 거였다. 순간 당황해서 "치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양치질을 해?"하고 물으니 친구는 소금물과 구강세정제를 사용한다고 했다. 치약 못지않다며 나더러도 그렇게 해보란다.

사람마다 물건에 대한 선호나 가치관, 경험이 다르니 친구가 치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놀랄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뒤늦게 해 본다. 내가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은 더러움을 즉시 해결하는데 그만한 게 없는데 그 편리한 걸 왜 안 쓰냐며 반문한 사람도 있었다.  누가 무얼 쓰든, 누가 무얼 쓰지 않든 시비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나 스스로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물건이라면 앞으로도 가능하면 구매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덜 쓰면 삶이 작아지고, 가뿐해지는 그 기분이 좋다. 나아가 아주아주 미약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를 위하는 것 같아 뿌듯해진다.  남에게 보이는 미니멀리즘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삶으로서의 미니멀리즘은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이 뭐가 있는지를 찾아보고 소개한다.

첫째, 매니큐어와 리무버. 결혼을하고 출산,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매니큐어. 당연히 리무버도 함께 멀어졌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뚜껑도 열리지 않았던 것들도 있고, 색깔이 예뻐서 사놓고 개봉조차 하지 않았던 것들까지  정리를 하고 보니 속이 시원하다. 전에는 손톱이 얇아서 가끔 바르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손톱에 뭔가가 발라져 있으면 손톱이 숨을 못 쉬는 느낌이 들어 앞으로도 구매할 일은 없을 듯하다.

둘째, 핸드크림. 향기도 좋고, 손에 바르면 느낌도 좋은데 막상 몇 번 바르고 나면 이상하게 까먹고 안 바르게 된다. 가끔 선물로 들어올 경우는 사용을 하지만 혹 핸드크림이 다 떨어졌을 경우는 굳이 구입을 하는 대신 로션 한번 발라주면 된다. 그게 간편하기도 하고 손이나 얼굴이나 같은 피부인데 싶어 굳이 핸드크림을 따로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셋째, 다이어리 수첩. 새 해가 되면 왠지 다이어리를 사야 할 거 같아 습관적으로 혹은 강박적으로 샀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다이어리를 잘도 가지고 다니고, 활용도 잘하건만 나는 그게 잘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핸드폰이 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한 해가 다 가고 내가 샀던 다이어리를 보면 채 다섯 장을 넘겨 사용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최근 이, 삼 년 전부터는 구매를 하지 않는데 이 품목은 지금은 사용을 하지 않지만 혹시 마음이 바뀌면 언젠가는 새롭게 살지도 모르겠다.

넷째, 수납을 위한 바구니. 바구니를 이용하면 수납이 용이해지는 건 누구나 알 것이다. 특히 플라스틱 바구니는 가볍고 저렴하고, 하얀색으로 일렬 정대로 배치시키면 보기에도 그만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간에 꼭 맞는 수납용기를 구매하려면 의외로 쉽지 않다. 마음먹고 찾으려 들면 못 찾을 것도 없지만 무엇이든 눈으로 보고 사는 걸 선호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크기와 디자인, 색상까지 생각해 물건을 이리저리 돌려보고 재보고 하는 일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게다가 바구니도 오래 사용하다 보면 때가 껴서 중간중간 닦아서 말려주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나 또한 주로 쇼핑백을 접어서 사용한다.  쇼핑백 사용이 불편한 냉장고 등은 통일성은 없지만 여기저기서 받은 플라스틱 통으로 대신한다. 

다섯째, 필기구.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부터 문구에 꽂혀 지금도 대형 서점에 가면 책도 책이지만 문구류 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 문구류가 넘쳐났다. 오래전 필기구를 정리하던 날 처음 알았다. 펜도 사용기간이 있다는 것을. 잉크가 굳었는지 글자가 써지지 않는 예쁜 펜들을 보며 당황했던 기억..  그때부터 예뻐서 필기구를 사는 일은 없어졌다. 필기가 목적이 되면 어차피 홍보물품으로 세고 센 게 볼펜이다 보니 사지 않아도 충분하다.  어쩌다 사는 건 샤프심 정도. 그런데 아이는 좀 다르다. 얇게 써지는 펜을 선호하는 우리 아이는  0.38미리 볼펜을 구매해 쓴다. 

세상에는 예쁘고 실용적인 물건이 가득하다. 보면 사고 싶고, 사면 사용하면 그만인데 사놓고 활용을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활용도 잘하고 관리도 잘하면 좋겠지만 내 스스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연습하고 배우면서 꼭 필요한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예쁘고 갖고 싶어도 일단 멈춤. 장식품이라도 공간에 꼭 필요하다면 구매한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많이 쓰이는 거라고 해서 사지는 않는다.  '필요'에는 기준이 내 삶이어야 하고, 적정 수준의 개수도 포함된 개념이다. 

내가 사지 않는 물품 다섯 가지를 정리해보았다. 늘 그렇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한 가족이지만 우리 아이는 집에 볼펜이 수두룩해도 얇은 심의 펜을 구매한다. 그건 그의 선택이다. 나는 나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나의 기준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려 저러한 이유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때론 조금 더 깐깐하게, 때론 더 유연하게.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티끌만큼이라도 덜 해가 되는 방향을 따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