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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게 살고 싶은 날..^^

옷 정리.. 멀고도 험한 길

날씨가 오락가락하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더워질 모양이다. 아이들도 냉장고를 여닫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그동안 정리를 한다고 했어도 물건의 양이 절대적으로 준 게 아니다 보니 별 티가 나지 않는다. 물건과 마주하고 누굴 주든 버리든 하리라 마음은 먹어도 사실상 이리저리 위치만 바뀔 뿐 정리가 되지는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옷도 그렇다.

그래도 정리랍시고 하다보니 느끼는 게 참 많다. 입지도 않을 옷을 정말 많이도 샀구나 하는 게 그 첫 번째다. 아주 오래전에 산 것도 있지만 그런 건 그렇게 많지 않고 한 삼사 년 안에 산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많은 옷들은 매번 번갈아가며 줄기차게 입었던 것은 실상 몇 개 되지 않고, 대부분은 서너 번 정도 입은 것들이다. 기부를 하거나 남에게 주기에는 비싸고 좋은 옷도 아니고, 그렇다고 버리자니 아깝고, 가지고 있자니 난감하다. 그럼에도 아직 가지고 있는 건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인가 보다. 옷 가지 하나랑도 이렇게 헤어짐이 어려운데 부자들은 죽을 때 그 많은 부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을까,, ㅋㅋ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그래서 나는 악착같이 살기보다 삶의 쉼표를 가지며 사는 거야,, 하며 신포도를 보는 여우가 되어본다.

옷이라는 게 참 이상하다. 이쁜 걸 보면 갖고 싶고, 하나를 사면 그와 어울리는 걸 또 사고 싶어 진다. 옷가게에서 보았던 옷은 그렇게 디자인도 색깔도 딱 내 스타일이었는데 막상 집에 와서 걸쳐보면 매장에서 입고 거울에 비추어보았던 그 모습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미 내 손에 들어와서 그런 것일까. 결국 입던 옷에 손이 가고 입던 옷을 입게 된다. 그런데 그건 나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이웃집 친구도 집에 있을 때는 늘 목이 늘어난 티셔츠 차림이다. 그 친구는 내가 알기로 나보다 옷이 두세 배는 많은데도 늘 같은 티셔츠를 입는다. 이 번 여름엔 벽돌색 반팔 티셔츠를 입겠지..

옷을 정리하면서 느낀것 중의 또 한 가지는 적어도 나는 관리가 불편한 옷은 잘 안 입게 된다는 것이다. 비싸게 주고 산옷은 드라이클리닝을 맡겨야 하는데 세탁소까지 가는 것도 번거롭고, 세탁비도 만만치 않아 좀 덜 입게 된다. 아이들 아빠 양복 같은 거야 어쩔 수 없이 맡기지만 내 옷까지 맡기기는 좀 그렇다. 더구나 아이들 아빠는 와이셔츠 깃도 정말 하얘야 하고, 주름도 칼 같아야 입는 사람이라 어느 순간부터 세탁소에 맡기고 있다. 옷에 대한 애착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옷에 대한 가치관이야 다 다르지만 메이커에 대한 애착도 심해서 그동안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을까 싶을 정도다. 옷에 관심이 증폭되던 초기엔 향수까지 뿌려서 이 사람이 내가 알던 사람인가 싶기도 했었다. 환경도 달라지고, 때로 격식을 차려야 하는 상황이 많이 생겨서 그러려니 싶지만 어쨌든 씁쓸하게 여겨지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그에 비해 나란 사람은 상대적으로 옷에 대한 애착이 적다. 스스로 잘 어울린다고 여겨지고, 입어서 편하고 세탁도 용이하다면 나는 굳이 메이커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그런 나조차 옷이 많다고 여겨지는 건 정말이지 한 계절에 입는 옷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옷을 좋아하거나 옷과 관련된 사람에게 옷은 사람을 보는 기준이 되는 듯하다. 어느 치과 의사가 맞선보는 자리에서 호감을 가졌던 여자와 저녁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빨에 낀 고춧가루가 너무 거슬려서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관심 분야는 눈여겨본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관심분야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다지 눈여겨보지 않는다. 너무 TPO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옷이 정말 좋은 사람은 좋아하는 옷에서 행복을 느끼면 그만이다. 그러나 나처럼 일정 양 이상의 옷이 짐으로 여겨지는 사람이라면 큰 만 먹고 정리를 할 지어다!!

이 옷은 색깔이 좋아서, 코디하기가 좋아서, 이 옷은 반목티고, 이 옷은 목티라서, 이 옷은 의미 있는 거라서, 이 옷은 생일 선물로 받은 거라서, 안 입지만 너무 멀쩡해 보여서 등등 버리지 못할 이유가 넘쳐난다. 옷을 정리하는 일이 이렇게 힘들고 고된 일일 줄이야.. 그래서 결심한다. 줄이지 못한다면 들이지를 말자. 들일 때는 반드시 들인 만큼 정리하는 걸 원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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