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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하게 살고 싶은 날..^^

미니멀리즘.. 그게 뭔데?

시험기간이 다가와 모처럼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책상이 너저분하게 느껴지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공부하자니 신경이 쓰이고 거슬려 결국 책상 정리에 돌입하지만 책상 정리가 끝나면 너무 피곤해서 결국 평소 실력(?)대로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던.. 낭패스러운 기억

어른이 되고도 정리를 생활화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정리된 생활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 앞집의 동갑내기 친구는 우리 집에 놀러오면 제법 깨끗해보이는지 가벼운 탄성을 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보이는 데만 그럴 뿐이다. 정작 이 집에 머무는 나 자신은 산만하고 어지러운 환경에 늘 피로를 느낀다.

무엇이 문제일까.... 늘 정리하고 치우려고 노력하는데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누구는 버리라고 하고, 누구는 버리기보다 사용하라하고, 누구는 사지 말라 하고, 누구는 도구를 이용하라 하고... 생각해보면 나 또한 한 번씩은 생각해보고 실천도 해보았던 것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그들은 만족하고 흡족해하는데 나는 여전히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울까. 여전히 짐이 많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혹시 기본적으로 집이 좁아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동안 내가 버린 것들을 생각해본다. 사진이라도 찍어놨더라면 좋았을 것을..  대충 떠올려봐도 커다란 책상과 책꽂이, 백과사전, 오래되거나 안 읽을 것같은 책 10박스 이상, 몇 년간 입지 않았던 나의 옷들 등등. 내 것이 아닌 것은 내 맘대로 할 수 없다 보니 비움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마구 버려도 될 만큼 우리 가족의 평균 물건이 많은 것도 아니다. 집에 비해 물건이 많은지는 몰라도 우리 가족이 다른 집들에 비해 많은 짐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건 확실하다. 그러니 여기서 더 줄이는 건 쉽지 않은데 그렇다고 이사를 가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  ㅠㅠ

미니멀리즘의 대표주자이신 법정스님이 무소유란 불필요한것을 갖지 않는 거라고 하셨다던데 나에게 불필요한 건 지금 당장뿐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도 고려를 하기 때문에 무소유까지는 꿈도 꾸지 않더라도 사이즈를 줄이는 삶을 실천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오늘 아침도 비어있는 화분 하나, 접시 하나를 내놓기로 결정했지만 한두 개의 물건이 집을 숨 쉴 만한 공간으로 만들어주진 못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하루에 한 개씩 버리기를 꾸준히 실천한다고 하지만 실천을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일정시점이 지나면 의외로 하루에 한두 개 버릴 것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음을 알게 된다.

수납공간이 별로 없는 옛날 아파트의 특성상 수납을 위한 선반이나 수납장을 들여놓을까 고민을 하는데 그보다는 역시짐을 줄여 수납장 자체가 필요 없도록 하는 게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수납장을 들이면 그 공간만큼은 수납장에 양보해야하고, 그만큼 답답해지니까.  필요도 없고, 쓸모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 물건이 어디 숨어있는지 열심히 뒤져봐야겠다. 여름이 오기 전에, 마음이 답답해 터져 버리기 전에.. 

누구 말대로 언젠가는 다 내 손을 떠나게 될 물건들인데 그게 뭐라고 연연하고 버리지 못하는지..  버릴 물건이 없는 게 아니라 버릴 마음이 확실치 않으니까 비울까말까를 고민하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 줄 수도 없는 잡다한 물건들, 그 물건 속에서 숨 막혀하느니 혹 괜히 버렸다 약간 후회할 지라도 과감히 밖에 내놓아야겠다. 어차리 금방 잊어버리고 그런 물건이 있었는지 조차 모를 텐데..  그리고 나에게 진짜 소중한 게 무엇인지 이 참에 곰곰이 따져봐야겠다.  미니멀리즘.. 나도 그거 한번 제대로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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