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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라면..

라라랜드.. 음악으로 기억될 영화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영화를 보는 내내,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박하사탕처럼 내 혀끝에서 오래도록 되뇌어지고 되뇌어지는 흥얼거림으로 기억되는 영화..

사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별 감흥이 없었다.  기대가 커서였을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포스터에서도 느껴지듯이 동화 같다면 동화 같고, 꿈같다면 꿈같은 장면들이 내게는 그냥 조금은 유치해 보였다고나 할까.. 그냥 취향이 안맞았디고해야 할까.... 그럼에도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이 매우 아름답고, 짙게 남은 이유는 아마도 이 영화의 ost 때문이고, 마지막 장면 때문이고, 친구의 마음이 떠오르기 때문인듯하다.

친구가 영화표 끊어놨다고 보러 가자고 해서 "영화? 무슨 영화?"했더니 "라라랜드!"라고 해서 사실 놀라웠다. 내가 아는 랜드는 디즈니랜드와 에버랜드, 그리고 네버랜드가 다인데 그 어느 곳도 나는 가보지 못했었을 뿐만 아니라 사실 그런데는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라라랜드를 보러 가자니...  나는 펄쩍 뛰었다. "무슨 그런 영화를.... 애들도 아니고.." 친구는 영화평이 무지 좋다고.. 그리고 애들 영화 아니고 아주 달달한 영화라서 분명 내가 좋아할 만한 영화라며 팝콘도 사주겠다고 내 기대치를 한껏 올려놓아 쫄래쫄래 따라가서 봤던 영화..

첫 장면으로 기억되는, 원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떼로 춤을 추는 고속도로 장면부터 나는 내 친구가 내 취향을 전혀 모른다는 사실에 실망하며 영화보다 그 생각에 집중했던 듯하다. 배우가 되고싶어하는 여자와 재즈를 무지무지 좋아하는 남자.. 두 사람이 우연처럼 만나 사랑하고 서로의 꿈을 향해가는 뻔한 영화.. 를 내가 좋아할 거라고???!!!

여자는 까페에서 알바를 하며 배우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재즈 클럽을 갖고 싶은 남자는 타협하지 않고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연주를 하던 중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며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여자가 엄마와 통화하는 걸 듣고 여자를 위해 자신의 음악대신 밴드에 합류하게 된다. 남자는 사람들로 부터 주목받고 성공하게 되지만 순회공연에 바쁜 남자와 여자는 어긋나기 시작한다.  여자는 남자가 꿈에서 멀어졌음을 지적하고 남자는 자신의 성공이 못마땅한거냐며 다투게 되고 여자는 고향으로 가버린다.

어느날 남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여자가 했던 그러나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일인극을 본 캐스팅 디렉터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오디션 제안을 하고 싶은데 여자에게 연락이 안 된다는 거였다. 남자는 전에 여자가 볼더시티 어느 도서관(?) 앞에 산다는 말을 기억해내고 여자를 찾아간다.  여자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자신도 재능은 없는데 꿈을 꾸었다며 포기하려 들자 남자는 다음날 여덟 시에 데리러 올 테니 마음대로 하라며 가버린다.

마침내 여자는 오디션을 보게 되고, 여자는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지만 진지하게 노래로 들려준다. 남자는 여자에게 꿈을 따라가라고 말하고 여자는 남자에게 묻는다. 우린 어떻게 되느냐고. 남자는 말한다. 어디에 있든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그렇게 5년이 흐른다. 여자는 배우로서 성공을 하고, 남편과 아이도 있다. 어느 날 남편과 우연히 들어선 길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음악을 따라간 그곳에서 전에 여자가 남자를 위해 남자의 애칭을 따서 지어준 재즈클럽의 이름과 로고를 보게 된다. 여자는 사람들 틈에 앉고, 남자는 음악을 연주했던 사람들을 소개하려다 여자를 보고 그저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 둘만의 음악을 연주한다.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클럽의 문을 나서기 전 남자를 바라본다. 연주를 마친 남자도 마침내 여자를 바라본다. 그렇게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던 남자가 미소를 짓고, 여자도 따라서 미소를 짓는다. 여자는 문을 나서고, 남자는 다시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다.

..랜드..  랜드는 사실 꿈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이루어지지 않은 꿈 때문에 만들어지는 꿈의 공간이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꿈을 꾸고 성공을 원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하기를 바라는 꿈..  어떤 꿈은 이루어지고, 어떤 꿈은 꿈으로 남고... 

사실 영화의 마지막에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두 사람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미소는 함께했던 날들에 대한 끄덕임이고, 서로가 꿈을 향해 가도록 응원해주었던 마음을 알아봐 주고 인정해주는 보다 성숙한 사랑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친구에게 새삼 감사한다. 영화도 보여주고, 팝콘도 사주고, 아마 콜라도 사줬던 거 같은데..  마지막 장면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고 말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혹 내 친구가 어느 날 우연히 이 글을 읽으면 이 글을 쓴 사람이 나였음을 단박에 알아차릴 뿐만 아니라 매우 고마워한다는 사실을 이런 식으로 전하고 있음을 알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언젠가  city of stars, are you shining just for me...  우리가 함께 이 음악을 들으며 영화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