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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라면..

톰과 릴리.. 잔잔하게 따뜻하게

톰은 뚱뚱하다.  사람들도 알고, 톰 자신도 알고, 하다못해 늘 톰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꼬마 아이도 안다. 아이는 엄마는 없고, 아빠는 알코올 중독자이다. 아빠는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 아이는 늘 배가 고프다. 아이는 배가 고프거나 추우면 톰에게 간다.  그리고 말한다. "뚱땡아, 문 좀 열어줘!". "먹을 것좀 줘, 뚱땡아!"

자신감이 바닥인 톰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비어있는 시골집으로 이사와 혼자 살고 있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톰, 식당 주인은 톰이 톰인지 토머스 인지 잘 모른다.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아줌마 역시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톰에게 자전거가 불쌍하지도 않냐고 핀잔을 주면서도 톰이 톰인지 토머스인지 헷갈려하며 톰이면 어떻고 토머스면 어떠냐고 말한다. 톰은 말한다. 내 이름은 톰이라고..

톰은 그런 존재였다. 톰인지 토머스인지 상관없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고 그런 사람..   어쩌면 사람들에게 톰은 그냥 한 명의 뚱뚱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릴리를 만나기 전까지는..

어느 추운 날 꼬마 아이가 톰의 집 현관문을 두드린다. "뚱땡아, 너 그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톰은 기꺼이 문을 열어준다. 톰이 일하는 식당에서 음식을 훔치곤 하는 아이의 사정을 톰이 모를 리 없다. 둘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아이는 돌아가신 엄마가 부르던 노래를 부르고 톰은 트럼펫을 분다. 그렇게 둘은 친구가 되어 간다. 친구가 된다는 거.. 그건 각자의 꽁꽁 숨겨둔 마음을 꺼내 보이는 것이고, 서로의 약점(아픈 점)을 알아차리되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아닐까..

어느 날 톰은 빨래방에 간다. 거기서 어떤 남자가 여자를 희롱하는 걸 보게 된다. 여자는 싫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계속 추근대다 여자가 눈이 보이지 않음을 알고 괴롭힌다. 톰이 양동이의 물을 남자에게 퍼붓는다. 여자의 이름은 릴리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톰이 착한 사람임을 알아챈다. 릴리 눈에 톰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톰과 릴리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러나 릴리와 달리 톰은 자신감이 없다. 

마침내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톰은 도망치듯 떠나온 부모님에게 여자 친구를 소개하러 가겠다고 말한다. 둘은 자동차에 오르고 릴리는 톰의 도움으로 운전을 하며 큰 소리로 신나서 외친다. "내가 운전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

사랑은 기적을 만든다고 했던가?! 릴리에게 운전이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면 톰에게 기적은 릴리이고, 릴리와 함께 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는 상영시간도 길지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 그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졌었던 기억이 있다.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음에도 재밌게 봤었던 영화, 그러나 누군가의 말처럼 어떻게 보면 약간 밋밋하다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목청 높여 고음을 뽐내는 노래도 좋지만 흥얼흥얼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고 여운이 있는 노래를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좋아할 만한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