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나에게..

어쩌다 마주친 고양이

바람 그리고 햇살 2020. 5. 18. 16:48

  고양이 한마리가 쓰레기 봉투에 코를 박고 헤집다가 문득 움츠리듯 멈춘 자세로 쏘아본다. 여차하면 도망이라도 가야겠거니 판단하려 함일터인데 나는 고양이가 나를 공격할까 움츠려든다.
  아무렇지 않은척 고양이 너한테는 아무 관심도 없어. 그러니 너 하던거 계속 해. 나도 가던길 갈게..
주문을 걸듯 언뜻 마주쳤던 눈길조차 부딪친적 없었던듯 걷던 속도, 방향, 자세까지도 그대로 유지하려 애쓰며 걷는건 혹 녀석이 내 두려움과 경계심을 알아차려 나를 깐이 보고 시비라도 걸어올까봐서다.
해코지할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늘 고양이가 무섭다. tv에 나오는 반려동물 관련 프로그램을 좋아하면서도 반려묘 관련 프로 시청은 무리다.
  검은 고양이는 검어서 무섭고, 얼룩 고양이는 얼룩져서 무섭고, 큰 고양이는 커서, 날렵한 고양이는 날래서 무섭다.
눈도 무섭고 수염도 무섭고 발톱도 무섭고 조용해서 무섭고 우는 소리도 무섭고.. 이 정도가 되니 고양이한테 미안할 지경이다. 고양이가 알면 얼마나 억울하고 터무니 없다고 할까.
  사람과의 관계도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에 대해 한가지 감정이 생기면 그 감정에 자꾸 매몰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얼마전 친구가 건강이 안좋아 입원을 했는데 그 무렵 일에 있어서도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주변 사람 하나가 얼마나 싫은지 그 목소리조차 듣기 싫었다고 했다.  웃음이 나왔다. 남의 일 같지 않아서..
  고양이가 내게 아무짓도 하지않았음에도 내 스스로 고양이에 대한 공포를 증폭시키듯 누군가가 내게 악의적으로대하지 않았음에도 미워하는 마음을 눈덩이처럼 굴리고 있었던건 아닐까. 설혹 그 사람이 잘못했다해도 그걸로 내가 나를 괴롭히는건 별개인데 우리는 스스로 힘듦을 선택하고 답도 없는 문제를 붙잡고 해답을 찾으려한다.
모든게 마음에 달렸다는 말은 하고싶지 않지만 그래도 어떤건 내 마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냉정한 판단으로 생각의 전환을 통해 친구 마음도 조금 편안해지면 좋겠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고양이들이 무서운건 어쩔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굳이 무서운 이유를 찾으려 애쓰는 일 따위는 하지않으려 한다. 불현듯 고양이와 마주쳐도 그냥 무심히 지나칠수 있기를, 고양이도 그래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