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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고구려를 지키다 영화를 선택할 때 역사를 모티브로 하는 전쟁 영화에서 나는 늘 망설인다. 이유는 두 가지다. 이미 대략 내용을 알기 때문에 진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쉽게 동하지 않는다는 게 첫째라면, 두 번째는 영화가 끝날 무렵 나는 어느새 애국자가 되어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애국자(좋은 의미의)가 되는 것이야 흉이 될게 무어랴만 아주 간혹은 영화적 마케팅에 넘어가 영화의 시각을 아무 생각 없이 쫓아갔구나 싶어 가슴 한편이 씁쓸해졌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 안시성도 그런 이유에서 볼까말까하다 그래도 고구려 역사인데.. 그래도 안시성인데.. 하는 마음이 커서 보게 되었다. 누구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찾는 사람들을 고구려 신화에 매몰되었다고도 하는데 이유야 어쨌든 나는 고구려가-대륙을 호령하던..
별과 함께 걷는 밤 열기를 숨긴 바람이 분다. 언뜻 시원하고 언뜻 덥게 느껴진다.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아 머리가 무겁다. 어쩌면 움직임이 적어 머리가 무거운 것일 수도 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난 후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눌러봐도 딱히 구미가 당기는 프로그램이 없다. 밖에 내놓으려고 현관에 정리해 둔 재활용품을 담은 바구니가 눈에 들어온다. 음식물 쓰레기도 수거함에 버려야 하는데.. 귀찮지만 주섬주섬 챙겨 나간다. 하루라도 재활용품이 발생되지 않는 날이 없다. 물도 끓여먹고, 음료수나 과자 등은 거의 사지 않는데도 과일이나 두부를 담은 플라스틱과 고기를 담은 납작한 사각 접시 모양의 스티로품, 콩나물이나 시금치 같은 채소를 담은 비닐봉지 등이 서로 번갈아가며 하루가 멀다 하고 배출되니 걱정이 이만저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참으로 비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사람에 상처 받고 흔들리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다. 상처에 움츠러들고 그 상처 안에 웅크리고 앉아 화내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사람이 없고, 여전히 그런 상태로 스스로를 망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보기엔 평온해 보여도 실제 그 깊숙한 곳은 용암처럼 들끓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에게 사람은 얼마나 소중하고 모든 것을 걸고 싶은 존재인가. 만남은 헤어짐이 되고, 헤어짐은 상처를 남긴다. 상처가 남을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부나비가 불을 보고 달려들 듯 그렇게 관계에 집착한다. 그게 사람이다. 그런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니... 생각해보니 오랫동안 함께 했다고 그 사람이 온전히 나의 동료고, 친구고, 가족인 것도 아니다. 헌신적으로 만..
삶과 죽음의 길이 예 있으매 두려워... 학창 시절 교과서를 받으면 집에 오자마자 훑어보곤 했었다-국어책만^^. 그때도 잘 사는 집들은 책도 많고, 잡지책도 다달이 사서 보고 책꽂이에 꽂아놓았지만 우리 집은 그다지 여유가 없었다. 부모님은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 보니 교육이나 문화 같은 거에 신경 쓰실 여력도 없었거니와 나 또한 그런 걸 요구할 만큼 철이 없지도 않았던 듯하다. 그러다 보니 읽을거리, 볼거리 등이 마땅치 않은 나는 국어 교과서를 받는 날이면 마치 소설책이라도 되느냥 신이 나서 읽곤 했었다. 국어책을 쭉쭉 넘겨가며 재미있어 보이는 이야기부터 하나하나 읽어가다 마지막에야 앞으로 가서 시를 읽어보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 '제망매가'를 읽고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한창 사춘기여서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이 마구 마음과 머릿속을 ..
살아서는 한가한 날... 책꽂이를 정리하다가 한동안 내가 방문 앞에 혹은 화장실 문 안쪽에 붙여놓고 읽었던 글귀(시)를 적은 종이를 발견했다. 하얀 표지 위에 담담히 적어간 글씨체가 아주 정겹다. 하얀 종이가 변색될세라 물이라도 튈세라 비닐에 넣어 두었던 그때 그대로다. 나는 어째서 이 오래된 글귀를 적은 종이를 버리지 못했을까. 이 글귀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고, 이 글의 어떤 점이 내 마음을 강하게 붙잡았길레 다른 글귀가 방문과 화장실 문을 점령한 뒤에도 나는 이 글귀를 간직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까. 누군가 혹 이 글귀를 보고 나와 같이 어딘가에 이 글귀를 적어두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이 바로 내 마음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적어 본다. 살아서는 한가한 날 결코 없으리 죽어야만 시를 짓지 않을테니까 당나라 시인 맹교의 ..
모기에 대하여(모기 퇴치 법) 또 시작이다. 날이 더워졌으니 언제쯤 나오려나 그렇잖아도 신경이 쓰였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랑하는 감정의 표현으로 "니가 자꾸 신경이 쓰여!"라는 말을 하던데 어쩌면 말 그대로 신경에 거슬려서 그러는 것을 긍정적으로 잘 못 해석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이 녀석을 통해 잠깐 해본다. 그나저나 이 녀석은 왜 이리 내 주변을 감도는지, 특히 귓가에서 제가 뭐라도 되는지 제 존재감을 발산한다. 근데 정말 왜 그러는 걸까요.. 헬리콥터처럼 왱왱 거리면 내 손으로 내 귓방망이를 쳐서라도 녀석을 때려잡게 되는데 녀석은 그걸 아직은 유전자 속에 새기지는 못한 모양이다. 이 녀석. 모기!! 더듬이가 있고, 몸통, 다리, 날개가 있다. 암수가 다르게 생겼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고, 피를 빠는 놈이 암놈이라 한다. 그..
씽크대 레일 서랍(양념)장 정리 싱크대 레일 서랍장은 가스레인지와 매우 가까이 있어서 마른 조미료 종류를 넣어두고 사용하기에 유용하다. 그런데 몇 달 전 20년 넘게 사용한 싱크대 서랍 레일이 망가졌다. 서랍장의 폭이 워난 좁은 데다 장비도 꼴랑 드라이버 밖에 없는지라 아이들 아빠가 겨우겨우 기존의 레일을 뜯어내고 새로 사 온 레일을 본래의 자리에 맞춰 고정하면서 하는 말이 서랍장에 너무 많은 걸 넣어둬서 그 무게 때문에 레일이 주저앉은 거란다. 옆에서 거들며 보기에 서랍 레일을 부착하는게 어려운 것 같진 않은데 워낙 좁고 깊은 공간이라서 우리가 가진 드라이버로 작업하기에는 무척 불편해 보였다. 좀 작은 전동 드라이버가 있다면 할 만했을 텐데... 좀 미안한 마음도 있고, 나 스스로 보기에도 그 좁은 공간을 참으로 알뜰하게도 사용했구나..
내가 사지 않는 물건 5가지 -두 번째 이야기 언제부턴가 내가 사지 않는 물건 5가지로 헤어린스, 바디클렌저, 섬유유연제, 변기 클리너 그리고 물티슈를 소개했었다. 그런데 이 것 말고 내가 더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친구에게 혹시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치약을 사지 않는다는 거였다. 순간 당황해서 "치약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떻게 양치질을 해?"하고 물으니 친구는 소금물과 구강세정제를 사용한다고 했다. 치약 못지않다며 나더러도 그렇게 해보란다. 사람마다 물건에 대한 선호나 가치관, 경험이 다르니 친구가 치약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놀랄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뒤늦게 해 본다. 내가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을 때 어떤 사람은 더러움을 즉시 해결하는데 그만한 게 없는데 그 편리한 걸..